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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영화 리뷰 - 새로운 신화를 쓰려는 마블의 야심

by 머니머니최고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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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1. 우주의 기원과 신화적 세계관의 확장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서사를 벗어나, 인류의 역사와 우주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로 시선을 돌린다. 작품은 천상계 존재인 셀레스티얼과 그들의 피조물인 이터널스, 그리고 이들의 대립점에 있는 디비언츠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의식을 품고 있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하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지켜보고 이끌어온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적인 개입을 금지당한 채, 디비언츠라는 외부 위협에만 대응하며 살아간다. 이 설정은 인간의 자유의지, 신의 역할, 그리고 도덕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라는 질문은 이터널스 각자의 신념과 갈등을 부각하며, 관객에게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다른 깊이를 제시한다.

마블은 이 작품을 통해 세계관을 우주적 차원으로 넓히는 동시에, 역사와 문명 속에 슈퍼히어로를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고대 문명의 신화적 인물들이 이터널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운 세계관 확장을 이루며, 마블 유니버스를 초월적 존재와 철학적 개념의 이야기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 다양성과 균형을 향한 캐릭터 설계의 도전

《이터널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캐릭터의 다양성과 대표성이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인 클로이 자오의 지휘 아래, 영화는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신체 조건을 가진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단순한 포용의 제스처를 넘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예이며, 농아 히어로 마카리(로렌 리들로프)는 청각장애인 슈퍼히어로로 새로운 유형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파스토스(브라이언 타 이리 헨리)는 가족을 이루고 있는 동성애자로 등장하며, 가족애와 인간적 고뇌를 동시에 표현한다. 각 인물은 단순히 조연이 아닌, 서사적 기능과 정서적 역할을 분담하는 독립된 주체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캐릭터 구성은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관객은 히어로의 강함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결점과 내면의 상처를 통해 보다 인간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처럼 다양한 인물을 한 작품에 모두 담으려 한 시도가 영화의 중심 서사를 희석시켰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명확한 주인공 구도 없이 이야기의 초점이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일부 관객에게는 감정적 집중이 어려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3. 시각적 미학과 서정성, 그러나 느슨한 서사의 리스크

《이터널스》는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지만, 서사 구조에서는 다소 느슨한 전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자연광을 활용한 로케이션 촬영과 여백이 있는 화면 구성, 서정적인 분위기 표현에 강점을 보인다. 이는 마블 특유의 빠르고 강렬한 액션 연출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관객에게 보다 차분하고 묵직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 방식은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각각의 과거와 감정을 설명하는 시간이 긴 탓에, 중심 서사가 본격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결과 영화의 리듬이 일정하지 못하고, 후반부 클라이맥스가 주는 감정적 파급력 역시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이나 플래시백을 통한 내면 묘사가 깊지만, 긴 러닝타임 내내 분산된 정보의 흐름이 일부 관객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마블식 유머나 액션의 경쾌함이 부족하다는 점도, MCU 팬층 일부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평: 의미 있는 도전, 그러나 호불호가 갈리는 실험작

《이터널스》는 마블 유니버스 내에서 보기 드문 철학적, 미학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세계관의 확장, 다양성의 수용, 시각적 연출의 품격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사유의 여지를 남기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입지를 세우려 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시선은 신화와 인간성, 존재론적 질문을 담아내는 데에 주력했으며, 이는 MCU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첫 발걸음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분명 호불호가 존재한다. 서사의 느슨함, 캐릭터의 과잉, 감정선의 분산 등은 관객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전통적인 MCU 스타일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무거운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터널스》는 새로운 시도와 확장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마블이 단지 흥행만을 위한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탐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을 수 있다. 더 많은 가능성과 실험이 앞으로의 마블 영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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